최근 SNS를 통해 동물 학대 영상이 돌면서 많은 분들이 언짢아하셨을 텐데요. 하지만 동물을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유기견을 위해 휠체어를 만들어 기부하는 휠체어 아저씨를 신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유기견 백곰이는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구조됐는데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합니다.
몸이 끼일 정도로 작은 우리에서 자라면서 몸이 굳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척추가 부러진 바둑이도, 신경이 손상된 울콩이도 네 다리로 걷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아픈 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동물용 휠체어가 주어졌습니다. 보조바퀴 두 개가 뒷다리 역할을 하는 장치입니다.
선행의 주인공은 ‘휠체어 아저씨’로 불리는 56살 이철씨입니다.
10년 전 비닐봉지 안에 버려진 유기견에게 동물용 휠체어를 만들어 준 게 계기가 됐습니다.
[이철/동물용 휠체어 기부자 : (휠체어가) 너무 비싼거에요.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 유기동물은 아무도 신경을 안 써주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씨는 사무실 근처에 작업실을 차려 놓고 시간을 쪼개 재능 기부를 합니다.
이씨의 도움을 받아 다시 걷게 된 강아지만 수십 마리가 넘습니다.
[김은일 센터장/CARE 구호동물입양센터 : 걷지 못할 때는 우울한 표정도 지었는데, 휠체어 타고 달리면서 강아지들이 웃기 시작하더라고요.]동물 휠체어는 하나 만드는 데 세 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지만 이씨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철/동물용 휠체어 기부자 : 애들이 너무 행복해해요. 막 달려가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하죠.]이씨는 시중에서 파는 동물용 휠체어 하나 값이면 7마리에게 새 다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힘 닿는데까지 유기견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장애견 휠체어 제작 5년째인 이철
하반신 마비견 키우며 휠체어 관심
버려진 강아지도 17마리 키워
중앙일보
애견 휠체어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철씨 는 “동물도 감정을 가진 생명이란 걸 안다면 유기견 문제는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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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웃고 있는 게 보이죠? 생애 처음 뛰어본 건데 얼마나 신났겠어요.”
16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이철(58)씨의 작업실. 그가 만든 ‘애견 휠체어’를 타고 뛰노는 강아지의 동영상이 화면에 나왔다. 뒷다리 마비인 2살짜리 강아지가 마치 수레처럼 생긴 애견 휠체어의 앞쪽 지지대에 배를 걸치고 뒤쪽 바퀴를 다리 삼아 풀밭 위를 자유롭게 다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씨는 토요일인 이날도 다음주까지 ‘납품’할 휠체어를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출근했다.
“쇠파이프를 구부리고 깎아내서 구멍을 뚫다 보면 이만저만 시끄러운 게 아니죠.” 그는 휠체어 제작에 쓰이는 밴딩머신과 글라인더, 드릴러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체형이 다른데 꼭 맞는 휠체어를 만들려면 특수 장비가 필요하죠. 장비 사는 데만 1000만원 넘게 들어갔어요.”
그가 ‘애견 휠체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지금까지 휠체어를 제작해 기부한 것만 400개가 넘는다. 골프를 좋아해 20년 넘게 매주 필드에 나갔던 그는 휠체어를 만들며 연 2~3회로 줄였다. “ 한 대를 만드는 데 서너 시간이 걸려요. 시간은 부족하고. 다른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이씨가 장애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비 오는 날 저녁 집으로 가던 중 우연히 버려진 새끼 강아지를 발견했다. “쓰레기봉투에 담긴 생후 한 달 된 강아지를 봤어요. 하반신의 신경이 끊어진 아이였죠.” 그는 강아지에게 ‘이슬’이라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키웠다. 그러나 제대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이슬이는 우울증을 겪었다.
이듬해 일본 출장을 간 이씨는 우연히 ‘애견 휠체어’를 발견했다. 이슬이를 위해 당시 돈 70만원을 주고 휠체어를 구입했다. 이씨는 귀국하자마자 이슬이를 휠체어에 앉혔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슬이는 곧 걷기 시작했고 몇 분 지나자 거실 위를 뛰어다녔다. 이씨는 “그때 처음 강아지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는 생명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슬이는 네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휠체어가 필요 없게 된 이씨는 누군가에게 휠체어를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유기견 보호센터에 휠체어를 기증했다. 이일을 계기로 이씨는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정기적으로 보호센터에 기부도 시작했다. 이씨 스스로도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17마리나 된다. 비정기적이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휠체어를 사다 보호센터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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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선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휠체어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이 왔다. 그렇다고 고가의 휠체어를 매번 기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이씨는 애견 휠체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노인 휠체어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 자문도 하고, 외국 제품을 사다 분해도 해 봤다. 5년 동안 애견 휠체어를 만들면서 장애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천사 아저씨’로 불린다. 이씨는 “유기견과 장애견 문제에 사람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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